낡은 액자와 굳은 믿음(+자신감이라는 이름의 승리)

넘어지고 부딪혀도 괜찮아. 내 안의 거인을 깨우는 주문, 자신감

낡은 액자 속 사진은 빛바랜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20년 전, 갓 스무 살이 된 나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섰다. 태권도복은 어색하게 구겨져 있었고, 땀방울은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전국체전 결승전을 앞둔 내 모습이었다.

상대 선수는 이미 고등학교 시절부터 전국을 재패한 실력자였다. 사람들은 모두 그의 승리를 예상했고, 심지어 우리 코치조차 내게 “최선을 다하되, 너무 무리하지는 마라”라는 말을 건넸다. 그만큼 객관적인 전력 차이는 컸다.

체육관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관중석의 함성은 귓전을 때렸고, 심판의 호각 소리는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들었다. 나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온몸은 이미 굳어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상대는 거침없이 공격해 왔다. 그의 발차기는 날카롭고 정확했으며, 빈틈을 허용하지 않았다. 나는 겨우겨우 그의 공격을 막아내기에 급급했고, 점수는 점점 벌어졌다. 1라운드가 끝나자, 나는 이미 지쳐 있었다.

벤치로 돌아온 내게 코치는 “포기하지 마라. 아직 기회는 있다”라고 말했지만, 그의 눈빛은 이미 패배를 예감하고 있는 듯했다. 나는 수건을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어쩌면, 모두의 예상대로 나는 여기서 무너지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때, 문득 오래전 할아버지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이긴다고 생각하면 이긴다. 승리는 자신감을 가진 사람의 편이다.” 할아버지께서는 늘 자신감을 강조하셨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믿고,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눈을 감고 할아버지의 말씀을 되뇌었다. ‘이긴다고 생각하면 이긴다. 승리는 자신감을 가진 사람의 편이다.’ 마치 주문처럼, 그 말은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힘을 느끼게 했다. 그래, 아직 끝난 게 아니야. 나는 할 수 있어. 나는 반드시 이길 거야.

2라운드가 시작되자, 나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더 이상 상대의 공격에 움츠러들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나의 발차기는 더욱 빠르고 강해졌으며, 상대의 허점을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점수는 순식간에 따라잡혔고, 경기장은 열광적인 함성으로 가득 찼다.

결국, 나는 역전에 성공했다. 마지막 3라운드에서는 상대의 거센 공격을 침착하게 막아내며, 승리를 지켜냈다. 심판의 종료 휘슬이 울리는 순간, 나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환호했다. 믿을 수 없는 승리였다.

그날 이후, 나는 자신감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자신감은 단순히 허황된 믿음이 아니라,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감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힘을 준다.

낡은 액자 속 사진은 여전히 빛바래 있지만, 그 속의 내 눈빛은 여전히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나는 오늘도 그 사진을 보며 다짐한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묵묵히 내 길을 걸어가겠다고. 승리는, 결국 자신감을 가진 사람의 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