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미안한 얼굴로 문을 열었다
구름안경 오늘의 짧은 이야기
그날, 오후 두 시 반쯤이었을까.
매장 안엔 은은한 재즈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나는 방금 전에 들여온 신상 안경테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 순간—
"딩~동."
매장 출입문 벨이 조용히 울렸다.
누군가의 발걸음. 조용하지만 확고한 그 걸음소리에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그를 보았다.
5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
베이지색 바람막이, 손에는 안경을 가볍게 쥐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조심스러움 그 자체였다. 무언가 부탁하려는 사람 특유의, 살짝 숙인 어깨. 하지만 그 안에 뭔가 오래 고민한 흔적이 스며 있었다.
나는 먼저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세요. 안경이 불편하셨나요?"
그는 조금 머뭇거리다, 안경을 내밀며 작게 말했다.
"이거... 안경테는 멀쩡한데요. 혹시... 알만 바꿀 수 있을까요?"
순간 나는 속으로 웃었다.
'역시나, 오늘도 같은 질문.'
하지만 겉으론, 평온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가능하시죠. 잠깐만 상태 한번 볼게요."
그가 내민 안경은 얇은 골드 메탈 프레임.
고전적이면서도 지적인 느낌을 주는, 잘 어울리는 테였다.
나는 자세히 살펴봤다.
피팅은 약간 틀어져 있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나사도 살아 있고, 코받침도 탄탄했다.
"테는 상태 좋으세요. 지금 시력 다시 측정해서 렌즈만 바꿔드리면 될 것 같아요."
그의 얼굴엔 그제야 미소가 번졌다.
"아, 그렇군요. 저는 이런 건 다 새로 맞춰야 하는 줄만 알았어요."
시력은 예전보다 약간 나빠져 있었다.
컴퓨터를 오래 쓰신다고 했다. 청광 차단 기능이 있는 렌즈를 추천드렸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조용히 작업에 들어갔다.
그 짧은 20분 동안—
그는 매장 구석 의자에 앉아 잡지를 읽었고, 나는 조심스레 렌즈를 재단하고 삽입했다.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오후.
하지만 이 짧은 작업이, 어떤 이에게는 꽤 큰 결심이라는 걸 안다.
작업이 끝나고 안경을 건넸다.
그는 조심스럽게 착용했고, 거울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이렇게 간단한 일이었나요?"
나는 웃었다.
"사실... 대부분은 그렇습니다. 중요한 건, 그걸 물어보러 오신 용기죠."
그는 활짝 웃었다. 처음보다 훨씬 편안한 얼굴이었다.
"사실 좀 미안했어요. 괜히 폐 끼치는 것 같아서..."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저희는 그럴 때 필요한 곳입니다. 미안하실 필요 없어요. 저희는 안경, 그리고 사람을 봅니다."
그는 문을 열고 나가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엔 가족 데리고 올게요."
문이 닫히고, 매장엔 다시 음악만 남았다.
나는 그가 놓고 간 따뜻함을 잠시 바라보다, 다시 안경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오늘도 한 명, 더 뿌듯하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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